일본은 왜 무너졌고,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드는 생각
요즘 부동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본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일본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들립니다.
1990년대 초 일본은 땅값이 영원히 오를 것처럼 보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도쿄 땅값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표현까지 나왔죠. 지금 생각하면 과장이지만,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감당해야 했던 건 떨어진 집값이 아니라, 그대로 남아 있는 빚이었습니다.
자산은 줄었는데 부채는 줄지 않았습니다.
가계는 소비를 줄였고, 기업은 투자를 멈췄습니다.
그렇게 경제는 서서히 힘을 잃어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또 하나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미래가 불안하면 사람은 아이를 쉽게 낳지 않습니다.
이건 경제 이론이 아니라,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한국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산업도 다르고, 수출 구조도 다릅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마음에 걸립니다.
가계부채입니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끌어쓰는 구조가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30대 직장인을 떠올려 보십시오.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고, 이자 계산기를 두드려 봅니다.
월급에서 고정 지출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나 될지 계산해 봅니다.
그 계산 끝에 나오는 생각은 대개 비슷합니다.
“아이 계획은 조금 미루자.”
이게 지금 청년 세대의 현실입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괜찮아 보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흔들리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빚이 많은 구조에서는 작은 변화도 크게 느껴집니다.
문제는 단순히 집값이 높다는 게 아닙니다.
빚에 기대어 유지되는 구조가 불안하다는 겁니다.
5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갖는 의미
2026년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납니다.
겉으로 보면 세율 조정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리할 사람은 정리하라”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종료 전에는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부담을 피하려는 매도가 늘 수 있습니다.
무주택자에게는 기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중과가 재개되면 매도를 미루는 사람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매물은 줄고 거래는 뜸해질 수 있습니다.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지만
시장은 묘하게 얼어붙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세금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금리, 대출 규제, 심리, 공급이 함께 움직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안정감’이다
집값이 조금 오르고 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는 느낌입니다.
전세 계약이 걱정되지 않고,
월세 인상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
그 안정감이 있어야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를 생각합니다.
일본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단순합니다.
버블이 무너지면 아프고,
버블을 오래 붙들고 있어도 결국 비용을 치른다는 점입니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집을 계속 투자 상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삶의 기반으로 다시 바라볼 것인지.
빚에 쫓기는 집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집에서 사는 삶.
어쩌면 출산율 문제의 해답도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요.